조금 더 개방된 사회,
중앙일보 http://news.joins.com/article/672/3931672.html?ctg=12
초등학교 1학년 민수(7·가명)의 부모는 불법체류자다. 1997년 방글라데시인 아빠(41)·엄마(37)는 3개월짜리 비자를 받고 한국에 왔다. 일자리를 얻은 부모는 불법체류자로 한국에 남았다. 그러다 2002년 민수를 낳았다.

긴 속눈썹에 짙은 쌍꺼풀, 초콜릿색 피부. 민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방글라데시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태어난 민수의 정체성은 ‘100% 한국인’이다. 1학년 민수는 국어 90점을 받아 반에서 2등을 했다.

민수는 자신이 한국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이제 막 알게 됐다. 그리고 자신의 신분 역시 부모와 같은 ‘불법체류자’라는 사실도. 생후 13개월이 된 민수의 동생도 마찬가지라는 것도.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선택한 게 아니었다. 민수는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49㎡(15평) 반지하집에서 민수를 만났다. 보금증 3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집이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낮에도 형광등을 켜놔야 했다. 아이는 기자와 조금 친해지자 ‘기자 누나’라고 불렀다(기자는 25세 여성이다). 아이의 말을 지면에 옮겨 불법체류자 2세의 삶을 들여다봤다.

누나는 주민등록번호 있어요? 와! 그럼 아이디(ID)도 있겠네. 카트라이더(인기 인터넷 게임)도 할 수 있겠네. 누나 주민번호 잠깐 빌려서, 누나 컴퓨터로 한번 들어가 봐도 돼요?

난 주민번호가 없거든요. 그래서 회원 가입을 못 해요. 학교 홈페이지에도 들어갈 수 없어서 공지사항을 확인할 수 없어요. 친구들한테 다 물어봐야 해요. e-메일도 못 보내요.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내가 방글라데시 사람이라 그렇대요. 엄마는 거짓말쟁이야. 예전에는 내가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말을 잘해야 한다고 그랬거든요.(불법체류자인 민수 부모는 주민번호가 없다. 단속 대상이라 언제 추방당할지 모른다. 통장도 만들 수 없고 보험도 들 수 없다. 아빠는 공장에서 일하고 엄마는 작은 보습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월 수입은 둘이 합해 180만원이다. 그중 30만원은 고국에 있는 각자 부모에게 보낸다.)

난 몸이 좀 약한 편이에요. 지난해에는 편도선 수술도 했어요. 그때 엄마가 정말 많이 한숨을 쉬었어요. 아빠는 친구한테 돈도 빌렸대요. 엄마는 반지하방에 오래 살아서 내 기관지가 약해진 거래요.(보험이 안 돼 수술비만 350만원이 나왔다. 빚 때문에 방글라데시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이다.)

집에서 병원 놀이를 하는 민수와 돌이 갓 지난 여동생.
누나, 그거 알죠? 우리 엄마·아빠 불법인 거. 아는 형이 있는데, 그 형 아빠도 올봄에 쫓겨났어요. 난 정말 방글라데시 가기 싫어. 난 한국말밖에 못해. 거긴 친구도 없어. 나 정말 공부 열심히 해요. 국어·수학 전부 90점 넘어요. 가끔 경찰 아저씨를 만나면 인사도 열심히 해요. (두 손을 배꼽에 모으고 허리를 깊게 숙이며)엄마가 가르쳐준 ‘배꼽인사’요. 그럼 잡아가지 않을 거 같아서요. 학교에서 소원을 적어내라고 한 적이 있어요. ‘합법 되는 것’이라고 써냈어요.(민수는 기자에게 말을 하다 엄마를 돌아보더니 “엄마도 경찰한테 잡혀가지 않도록 조심해. 아빠한테도 전해줘”라고 말했다. 민수의 꿈은 도둑 잡는 경찰이다.)

누나, 난 우리 반 형식(가명)이가 제일 싫어! 맨날 외계인이라고 놀려. 싸운 적도 있어요. 애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서 내 눈을 때린 적도 있어요. 한참이나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아팠어요. 엄마는 “그 애 엄마, 어쩜 미안하단 소리 한번 안 하느냐”며 울었어요. 엄마는 나보다 한국말을 더 못하는데. 친구들이랑 싸우고 나서 담임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민수는 오바마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아이”라고 했어요.(담임 교사가 다문화 교육을 한 것이다. 2008년부터 불법체류자의 자녀라도 거주가 확인되면 초등학교 전입이 가능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누나, 난 ‘마법의 성’(더 클래식의 노래) 노래 제일 좋아해요. 누나는요? 수업시간에 배웠는데 가사가 감동적이잖아요. 같이 불러볼래요?(아이는 거침이 없었고, 성격이 밝았다.)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라면.”

누나 내일도 와요. 누나한테 해줄 얘기가 아직 많아요. 또 올 거죠?

김효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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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받게 된 것만도 큰 발전이지만, 아직 멀었다.

애들은 잘못이 없다. 애들에 한 해서는 최소한 교육과 의료 정도에 있어서는

내국인 대접을 해줘야지, 이걸 가지고 불법체류의 조장 우려 어쩌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야만성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 아닐까.

잘나가는 대기업 몇개 있다고 선진국이 된 것은 아니다...
 

by kaso | 2009/12/21 10:08 | 落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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